부채와 저축은 서로 상반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 금융 생활에서는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생활비 대출, 학자금 융자 등으로 재정 압박을 겪는 이들에게는 '빚부터 갚을 것인가, 저축부터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본 글에서는 그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과, 실천 가능한 재무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빚 갚기 vs 저축,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대다수의 사람은 “빚이 있으면 무조건 그걸 먼저 갚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편으론 맞는 말이다. 특히 고금리 대출의 경우, 매달 부담해야 할 이자만으로도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빚을 갚느냐, 저축을 하느냐’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현실적인 재무 설계를 완성하기 어렵다. 현대인의 경제생활은 훨씬 더 복잡하며, 다층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예를 들어, 긴급 상황에 사용할 비상자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소득을 대출 상환에만 투입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자동차 고장, 갑작스러운 병원비, 혹은 실직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 대출로 더 큰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저축이 전혀 없는 상태의 ‘빚 갚기 몰입 전략’은 오히려 재무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저축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차원을 넘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만약 월급의 일부라도 ‘나를 위한 미래자금’으로 축적된다면, 이는 자신에게 경제적 자율성과 자기 효능감을 부여한다. 반대로 모든 수입이 채무 상환으로만 빠져나갈 경우, 아무리 빚이 줄어들어도 무기력감이 깊어지고 삶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빚과 저축은 대립 개념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관리해야 할 두 가지 재무 활동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재무 상태와 대출 조건, 생계 비용 등을 고려해 '상환 우선순위'와 '저축 여력'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은 무턱대고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맞춤형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실적인 실행 전략: 빚을 줄이며 자산도 키우는 구조 만들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빚을 갚으면서도 저축을 병행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재정 상황을 '가시화'하고, '우선순위화'한 뒤, '자동화'하는 세 가지 단계를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현금 흐름 가시화"이다. 자신의 월 소득과 지출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계부 앱이나 엑셀 시트를 활용하여 고정지출(주거비, 통신비, 대출 상환액), 변동지출(식비, 여가, 쇼핑), 그리고 부채 구조(이자율, 잔액, 만기)를 분류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실제 저축 가능한 여력이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빚 상환 우선순위 설정"이다. 모든 부채가 같은 방식으로 접근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금리 채무부터 먼저 갚는 '이자비용 최소화 전략'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리볼빙이나 2금융권 대출의 경우 연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저축 이자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처럼 상대적으로 저금리이고 장기 상환이 가능한 부채는 일단 유지하되, 월 납입액을 조절해 저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자동화된 저축 시스템 구축"이다. 실제로 저축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남는 돈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떼어놓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월급 수령일과 동시에 일정 금액이 저축 계좌나 CMA, 비상금 통장 등으로 자동 이체되도록 설정한다. 이 금액은 전체 소득의 10~20% 수준으로 시작하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점진적으로 비율을 높이는 것이 좋다. 여기에 더해, 매년 혹은 반기별로 부채와 자산 현황을 점검하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 증가, 이자율 변동, 생활비 변화 등 재무 환경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한 번 설정한 계획'이 아니라 '살아있는 전략'으로 유지해야 한다.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팁으로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여 지출을 통제하고, 예산 안에서 생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대출 상환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는, 그 금액을 그대로 투자 상품으로 전환하여 자산을 증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다.
지속 가능한 재무 계획, 오늘 시작해야 할 이유
빚을 지고 있는 상태에서 저축까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핵심은 균형 감각과 실행력이다. 단순히 대출을 빨리 갚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내일의 리스크를 줄이고 미래의 자산을 만드는 계획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다. 소득 수준, 소비 성향, 심리적 불안 요소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다.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나만의 금융 루틴을 세워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작은 시작’의 가치이다.
단돈 5만 원이라도 저축을 시작하는 순간, 그 돈은 나의 심리적 자산이 된다. 또한 매달 10만 원씩 고금리 부채를 줄이는 것 역시,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 나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가진 여건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고민하고, 작게라도 시작해 보자. 빚을 줄이면서도 자산을 키우는 삶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다만 그것은 준비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결과다.